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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지구과학/지질

영월에서 만나는 화석 - 두족류와 복족류

by 0대갈장군0 202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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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며, 자료를 잠시 찾던 중 어이없는 기사를 발견했다.

 

[현장추적] 영월서 희귀 ‘고생대 화석’ 무더기 도굴

<앵커 멘트> 강원도 영월에서 고생대 생물 화석 수십 개가 통째로 잘려 사라졌습니다. 도굴꾼의 소행으로 추정되는데요. 당국이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섰습니다. 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news.kbs.co.kr

기사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영월 문곡리 일대 두족류와 복족류 화석 수십개가 통째로 도굴됬다는 내용이다.

수십개면, 몇개 안되겠네 라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이 지역에서 두족류와 복족류 화석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좀 커다랗고 또렷해 보이는건 죄다 가져갔다는 소리이다. 한마디로 남은것이 별로 없다는 소리...

 

필자가 아는대로라면, 이 지역만큼 두족류와 복족류 화석이 대량으로 산출되는곳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한 두개정도면 가르쳐주고 찾아보라고 하면, 5분도 안되서 여기저기서 찾았다고 소리질러댈 정도로 또렷하게 잘 보인다. 이걸 싸그리 다 가져갔다고 생각하니 정말 욕이 나온다. 만약 범인을 찾지 못하면, 이 지역에서 다시는 두족류 복족류 화석을 볼 수 없다. 이에, 필자가 과거 몇 차례 학생들을 인솔하여 야외 답사를 하였을 때 촬영하였던 사진을 공개한다.

<두족류(문곡리 일대)>
<두족류(문곡리 일대)>
<두족류(문곡리 일대)>

자. 여기까지가 두족류 사진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이며, 큰 문제가 될 것 없는 사진들이다. 다음 사진부터 잘 보자.

<두족류(문곡리 일대). 누군가 매직으로 칠해놓았다>
<두족류(문곡리 일대). 누군가 매직으로 칠해놓았다>

위의 두 사진 역시 두족류이며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기에 촬영한 사진이다. 그런데, 누군가 매직으로 동그라미를 칠해 놓았다. 당시 상황을 기억해보면, 학생들에게 화석 샘플 한, 두가지를 보여주고 찾아보라고 시켰더니, 어떤 학생이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찾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찾았냐고 가 보니, 학생이 하는말이 누가 동그라미를 그려놨다고.... 그리고, 여기저기 30초도 되지 않아 동그라마 그려놓았다고 마구 이야기 해 대었다. 어이가 없었다. 매직이라 잘 지워지지도 않을 터이고, 설령 지워진다 하더라도, 저런 화석들은 보존가치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무엇이 되었든 간에 절대적으로 인위적인 흔적을 남겨서는 안된다. 

 

그런데 매직으로 그려놓은것은 고사하고 아예 통째로 잘라가버렸다니... 

 

어쨌든, 마지막으로 복족류 화석을 볼 차례이다.

<두족류와 복족류(오른쪽 2개 동그라미가 복족류). 누군가 매직으로 표시해 두었다>

두족류는 지금도 살아있는 생명체로, 현생의 오징어 쯤을 생각하면 된다. 단, 고생대 두족류는 달팽이와같은 집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복족류는 지금의 달팽이와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지금도 현존하는 생물이다.

 

혹시나 남아있는 화석이 있을까 하는 기대에, 이번에는 정확한 위치를 노출하지 않으려 한다.

 

참고로 이 지역에는 두족류와 복족류 화석 뿐 아니라 역암, 생흔화석, 연흔과 같은 굉장히 다양한 퇴적구조와 퇴적암을 무더기로 관찰할 수 있다. 학술적으로는 굉장히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어떤 인간이 도굴해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보면 전혀 탐나지 않을 그런 돌들이고, 관심이 없으면 위치조차 알 수 없는 그런 곳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화석에 관심이 많고, 화석을 연구하는 어떤 이기적인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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