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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지구과학/해양

엘니뇨와 라니냐 이해하기 - 해류의 변화와 남방진동지수

by 0대갈장군0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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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과학 1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며, 학자 분들 또한 활발하게 연구하시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엘니뇨와 라니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엘니뇨라는 말은 아기예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스페인 어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엘니뇨가 발생함에 따라 이런 단어가 붙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어원이 더 있습니다만, 이 정도로만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정의와 관측

엘니뇨라는 것은 열대 중부 태평양 지방의 해수온이 평상시에 비해 0.5도 이상 높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말인 즉슨, 하루 이틀 바닷물 온도가 높다고 어! 엘니뇨다 이게 아니고, 최소 5개월동안 지속적으로 관측한 뒤 평균 온도가 0.5도 이상 높을 때 어! 엘니뇨구나! 라고 판단하는 것이라는 소리입니다.

 

해수온을 관측하여 엘니뇨인지 라니냐인지 판단할 수도 있고, 저 밑에서 볼 기압의 변화, 다시 말해 남방진동에 의해 나타나는 기압 변화를 가지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남방진동지수(Southern Oscillation Index)라고도 하는데, 남방진동지수의 변화를 관측하여 엘니뇨인지 라니냐인지를 판단합니다. 어쨌든 지금이 엘니뇨구나 라는걸 판단하는것이 과거 몇 개월의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과거 지향적 판단인건 매한가지 입니다.

  2. 정상상태(평상시 해수온이 낮은 이유와 대기의 흐름)

평상시 남태평양 페루 칠레 연안 앞바다와 중앙 태평양 인근은 위도가 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수온이 낮습니다. 이유는 페루 칠레에서 발생하는 활발한 연안용승 때문입니다.

 

평시에는 동쪽에서 서쪽을 향하여 부는 남반구의 무역풍(trade winds)에 의해 해류가 서쪽을 향하여 지속적으로 흘러갑니다. 때문에 동쪽의 해수가 지속적으로 서쪽으로 빠져나감에 따라 서쪽은 해수면 경사가 높고 동쪽은 해수면 경사가 낮아집니다.

<남태평양 서쪽과 동쪽의 해수면 경사(출처 : NASA)>

동쪽의 해수가 서쪽으로 빠져나감에 따라, 동쪽의 부족한 물을 보충하기 위해 깊은 바닷물이 표면으로 올라옵니다. 깊은 곳에 있던 바닷물은 수온이 낮고, 영양염이 많습니다. 이에 동쪽 해수의 표층 수온이 낮아지고, 영양염이 많아져 생선도 덩달아 많아지게 되는 겁니다.

 

이 때 대기 기압패턴도 눈 여겨 보아야 합니다.

 

다시 위의 두 그림을 자세히 보면, 용승에 의해 동쪽은 해수온이 낮습니다. 하지만, 이 해수는 서쪽으로 이동하며 태양복사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열되어 서쪽에 도달할 때 즈음이면 굉장히 따뜻한 상태가 됩니다.

 

이로인해 대양의 동쪽은 해수온이 낮아 공기도 온도가 낮고, 이로인해 고기압이 자리잡습니다. 반대로 대양의 서쪽은 해수온이 높아 공기도 온도가 높고, 이로인해 저기압이 자리잡습니다. 결국 동쪽의 고기압에서 서쪽의 저기압을 향하는 단순한 대기 순환이 만들어지고 이로인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공기가 흐르고, 서쪽으로 간 공기는 상승기류를 타고 위로 올라가 상층에서 다시 동쪽으로 이동, 여기서 하강기류를 타고 하강하는 흐름이 유도됩니다. 이게 워커순환입니다. 이런 기압배치의 원인으로 서태평양인 호주에서는 강수가 잦고, 동태평양인 페루 칠레는 맑은 날이 많습니다. 안데스 산맥 인근에 사막이 많은 것도 이런 원인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무역풍이 갑자기 약해지지 않는 한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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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엘니뇨 시기

무역풍이 갑자기 약해지는 이유는 아직 과학자들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무역풍이 갑자기 약해진다면, 서쪽을 향하던 해수의 흐름도 덩달아 약해지게 됩니다. 구체적인 해류 방향의 변화는 아래에서 논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동쪽 표층해수의 물이 빠지는 일이 없어지니 연안용승이 나타날 이유도 사라집니다. 따라서 연안용승이 약해지고, 동쪽 태평양의 표층 해수온이 상승하게 됩니다.

 

서쪽을 향하던 상대적으로 차가운 해수의 흐름이 약해짐에 따라 따뜻한 서쪽해수의 영역이 자연스레 동쪽으로 넓어지게 됩니다. 

이로인해 워커순환에 변화가 발생합니다. 서쪽에 갖혀있던 따뜻한 바닷물의 영역이 조금씩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공기가 댑혀지고 상승기류가 발생하는 지역 또한 동쪽으로 이동하여 중앙태평양, 또는 동태평양에서 상승기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동쪽은 고기압, 서쪽은 저기압인 기압 패턴에 변화가 발생, 중앙태평양이나 동태평양이 저기압이 되버리고, 서태평양은 고기압이 되어 버립니다. 비가 자주오던 호주 인근에서는 비가 안오게 되고, 중앙태평양이나 동태평양에서는 비가 자주 내리게 됩니다.

 

정상상태에서는 동태평양에서 수온약층의 깊이가 굉장히 얕았는데, 용승이 발생하지 않다보니 수온약층의 깊이도 깊어집니다. 위 그림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엘니뇨 시기 - 해류의 변화

해류의 변화에 좀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다루는 개념만을 이용해 엘니뇨시기 발생하는 해류의 변화를 자세하게 다루기가 어려워, 결과론적인 이야기만을 다루어 보겠습니다(이하 아래 내용은 장유순 교수님의 논문을 참고하였습니다.)

 

우선 정상상태에서 남적도해류는 분명 서쪽을 향하고, 적도반류는 동쪽을 향하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지만, 표층해류인 남적도해류보다 훨씬 강한 흐름을 보이는 적도 잠류 또한 동쪽을 향합니다.

 

** 적도 잠류에 관한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신기한 해류 - 적도잠류(크롬웰 해류)

해양 분야의 지난 포스팅에서 적도 반류에 대해 다루었던적이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보셨던것 같은데, 이번에는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꾀나 중요하고 신기한 해류 중

kalchi09.tistory.com

엘니뇨 시기 이런 해류의 흐름에 변화가 발생합니다. 학생들이 많이 잘못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엘니뇨시기 적도반류의 흐름이 강화된다는 건데, 이건 사실과 좀 다릅니다. 경도별로 흐름의 변화가 다 다르고, 적도반류가 나타나는 흐름의 위도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엘니뇨시기에 적도반류의 유의미한 흐름의 변화는 아직은 함부로 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또한 엘니뇨시기 적도반류가 나타나는 위도가 다소 남하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이에 대한 내용은 적도반류에 관한 지난 포스팅에서도 다루었습니다).

 

또한 남적도 해류는 유의미하게 약화되는데, 여기서 남적도 해류가 거꾸로 흐른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다소 있습니다. 이는 적도 반류가 흐르는 위치가 남하하면서 생기는 오해 같습니다. 적도 반류의 흐름 위치가 남하하여 서쪽, 그러니까 오스트레일리아 인근에서 적도반류가 흐르는 위치가 남적도 해류 인근까지 내려와버리고, 남적도해류가 너무 약해져서 서쪽 지역에서 남적도 해류가 관측이 안되는 것이지 남적도 해류 자체가 동쪽을 향하는 흐름으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상태(위)와 엘니뇨시기(아래)의 해수 흐름의 변화(출처 : 적도 해류계 분석 및 엘니뇨 시기의 변동에 관한 논의: 중등 교육 현장의 관련 오개념을 중심으로, 장유순(2021)>

위 그림은 공주대학교 장유순 교수님께서 투고하신 논문에 사용된 그림인데, NECC는 적도반류(정확히는 북적도반류)이고, SEC가 남적도 해류입니다. 정상상태에서 서쪽을 향하던 남적도 해류는 엘니뇨시기 흐름이 약화되고, 동쪽을 향하던 적도반류는 엘니뇨시기 흐름이 발생하는 위도가 낮아져 남적도 해류가 흐르던 곳까지 내려가고, 남적도 해류의 흐름이 약해짐에 따라 서쪽에서는 남적도 해류가 흐르던 곳 까지 적도반류가 흐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따라서 남적도 해류의 흐름 자체가 거꾸로 흐른다고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장 교수님께서는 이런 사례는 아마도 McPhaden(2001)에 의해 개발된 아래 모델에 의해 나오는 오해인 것 같다는 내용을 논문에 기재하셨습니다(장유순, 2021).

<정상상태와 엘니뇨, 라니냐 시기 워커순환과 해수의 변화(출처 : Schematic of normal and El Ni&ntilde;o conditions in the equatorial Pacific (After McPhaden, 2001; McPhaden et al., 2020))>

위 그림에서 흰색 화살표로 표시된 흐름은 표층 해류의 흐름이라기 보다는 따뜻한 해수역의 확장 및 축소 방향, 내지는 켈빈파의 이동 방향 등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며, 해류 자체의 이동 방향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남적도 해류가 거꾸로 흐른다거나 또는 적도반류의 흐름이 강화된다는 형태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장유순, 2021).

 

** 적도 반류에 대한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신기한 해류 적도반류(엘니뇨/적도반류와 함께)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바닷물의 흐름을 일반적으로 해류라고 한다. 해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1) 바람에 의해 발생(취송류) 2) 해수 밀도차에 의해 발생(밀도류) 3) 해수 표면의 경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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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라니냐 시기

라니냐는 엘니뇨가 종료된 뒤 정상상태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약 10년 전 서울대학교 교수님으로 부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현재에도 이렇게 논의되고 있는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라니냐라는 현상은 무역풍이 정상상태보다 강하게 불 때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쪽을 향하는 해류의 흐름이 강해지고, 용승은 더 활발해 집니다. 동태평양의 해수온은 원래보다 더 낮아지겠죠. 워커순환의 변화는 없으나, 동쪽지역의 고기압과 저기압은 더 강해집니다. 때문에 동쪽의 해수온은 더 낮아지고, 서쪽의 해수온은 더 높아지며, 호주에는 더 많은 강수가 발생합니다.

  6. 남방진동

여기서 바닷물 수온의 변화가 대기의 기압패턴에 영향을 주는 사실에 주목해야합니다. 정상상태에서 단순하게 발생하던 워커순환은 엘니뇨가 발생하면서 기압패턴에 차이를 줍니다. 이걸 남방진동이라고 합니다. 정상상태에서 동쪽은 고기압, 서쪽은 저기압이던 것이 엘니뇨가 발생하며 저기압 지역이 중앙태평양 또는 서태평양으로 이동합니다. 이걸 이용하면 엘니뇨인지 라니냐인지를 판단하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걸 남방진동진수라고도 합니다.

 

남방진동지수라는건 타히티 해에서의 기압편차와 다윈해에서의 기압편차를 뺀 뒤 이걸 다시 오랜 시간 평균한 타히티해의 기압 편차로 나눈 값입니다. 호주 기상청과 미국 기상청에서 같은 공식을 사용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는건 미국 기상청에서는 해당 값을 10으로 나눈 것을 사용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은 데이터를 사용해도 미국 기상청(NOAA)에서 사용하는 값이 호주 기상청의 값에 10배 가량이 작습니다.

정확한 공식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저기서 sSLP는

인데, aSLP는 각 지역에서의 실제 관측한 해면 기압(쉽게 말해 해수면에서 관측한 기압), SLP는 해당 지역의 평균 기압입니다. 시그마는 표준편차입니다. 만약 타이티해에서 관측한 기압이 990hPa이고, 타히티해의 평균 기압이 1000hPa이면 평소보다 10hPa이 낮은 것이고, 여기에 표준편차를 나누면 sSLP가 나옵니다. 

 

표준편차는 아래 관계로 계산합니다.

여기서 N은 평균에 사용한 달(month) 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상상태에서 타히티 해는 고기압, 다윈해는 저기압이 됩니다. 그런데 엘니뇨가 발생하면 타히티 해는 기압이 낮아지고, 다윈해는 기압이 높아집니다. 다시말해 타히티해는 평소보다 기압이 낮아져 기압편차가 음수(-)가 되고, 다윈해는 평소보다 기압이 높아져 기압편차가 양수(+)가 됩니다. 따라서, 타히티해의 기압편차에서 다윈해의 기압편차를 빼면 음수가 됩니다. 그래서 엘니뇨시기는 남방진동지수가 음수가 됩니다. 라니냐 시기는 반대로 양수가 된다는 소리입니다.

<남방진동지수(SOI)(출처 : NOAA)>

SOI와 해수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엘니뇨인지 라니냐인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엘니뇨 지수를 판단할 때, 관측 장소에 따라 Nino3,4 등의 개념도 있는데, 이는 여기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결국 남방진동은 해수온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연현상으로, 표층 해수온(SST) 변화와 남방진동을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간주하여 엘니뇨와 남방진동(ENSO)라고 부릅니다.

  7. 남방진동지수와 호주의 강수량 변화

엘니뇨, 라니냐 시기에 호주에는 유의미한 강수량의 변화가 발생합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였을 때 엘니뇨시기 호주는 가뭄이 발생하고, 라니냐시기에는 평상시보다 비가 많이 올 것입니다. 호주 기상청에서는 이에 대한 좋은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위 그래프는 동오스트레일리아에서 관측한 강수량 편차와 SOI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x축이 강수량 편차, y축이 SOI 값인데, SOI가 높을 때 라니냐, 낮을 때 엘니뇨인것은 앞에서도 논의하였습니다. 강수량 변화를 보면, SOI가 높을 때 동오스트레일리아의 강수량도 증가하고, SOI가 낮을 때 동오스트레일리아의 강수량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실제 SOI가 낮을 때 엘니뇨, SOI가 높을 때 라니냐로 기록된 시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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