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관측이라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부터이고, 망원경이라는 것을 구입하면서 활동을 한 것은 10년이 조금 넘는다. 이 기간 중 과학고 천문대에서 5년을 근무하며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값비싼 망원경을 만져본 경험도 있고, 여러 기관을 다니며 특강도 많이했다. 광학 분야가 아닌 전파 천문학 분야로 학위 연구를 하긴 했으나 어쨌든 학위도 천문학으로 받았으니, 아마추어 활동부터 시작하여 천문학 분야로는 다양하게 이것저것 해 본것 같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아는 분들이 망원경 구입과 관련하여 많은걸 물어보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주변에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으니 그나마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많이 물어보는 것 같다. 이에 천체 망원경 구입을 고려하는 분들이 자료를 찾으며 도움이 될 내용을 조금 적어보고자 한다.
1. 눈동냥을 다녀 보자
천체 망원경을 다루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비싼걸 샀든, 저렴한걸 샀든간에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덥석 사버리면 100% 후회하거나 실망하고 만다. 그래서 우선 주변에 천체관측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관측을 다녀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시민 천문대에 가서 관측을 경험해 보는것이 좋다. 별마로 천문대, 세종 천문대 등은 대표적인 시민 천문대이며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가서 관측하고 배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이런 곳을 다녀보고,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여 정기 관측회 같은 것에 참여해 보면 좋은 기회가 되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 그래서 무턱대고 사지말고, 최소한의 관측 경험을 해 보고 구입하는것이 좋다.
어느정도 관측 경험과 배경지식이 쌓였으면, 다음에는 천체 망원경으로 무엇을 할 지 고민해야 한다. 아마추어 천문 활동은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뉘는데 안시관측과 사진 촬영이 그것이다. (요즘에는 분광관측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는 번외로 하자.) 안시관측은 사진 촬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공부해야 하지는 않아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으나 극적인 천체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순 없다는 단점이 있다. 천체 사진 촬영은 공부할 것도, 장비도 만만치가 않으나 한번 시작하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천체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시관측이나 사진 촬영이나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분야가 다를 뿐이지 어느것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수는 없다.
2.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 1 - 안시관측을 한다면
만약 안시관측이 목적이라면, 궂이 적도의식 가대가 없어도 되며, 광학적 수차 제어 능력이 우수한 굴절망원경이나 엄청난 구경의 반사망원경이 없어도 된다(물론 비싼것이 잘 보이기는 한다). 안시관측 장비로 많이 사용하는것은 돕소니언 망원경이다. 요즘 출시되는 돕소니언 망원경은 자동으로 별을 찾아주는것은 물론이며, 추적도 가능하다. 그래서 완전 초보라 할지라도 별자리나 기본적인 별 몇가지만 알고 있고, 몇번 관측 경험이 쌓이면 어렵지 않게 관측할 수 있다.
입문용으로 안시관측만을 하려는 이유로 저가형 굴절망원경을 많이 사기도 한다. 아래 사진처럼 생긴 망원경인데, 길쭉하게 생겼고, 삼각대도 뭔가 불편해 보이는 아이들이다. 위와 같은 망원경은 수십 만원대에서 구입 가능하여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주변에도 이런 망원경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말렸다. 이런 망원경으로 별을 아예 못보는건 아니다. 행성이나 달 정도는 아무 무리없이 볼 수 있고, 맨눈으로도 관측 가능한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대상도 볼 수 있다. 하지만,
1) 가대가 약해서 숙련자가 사용하기에도 불편하다. 초보자는 당연히 사용하다 불편하여 별 보는것을 포기해 버릴 지도 모른다.
2) 앞서 이야기한 대상이 보이기는 하지만, 극적으로 잘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입문자에게 적도의식 가대가 아닌 경위대식 가대를 추천한다. 위에 제시한 돕소니언 망원경이 좋기는 하지만, 경통이 너무 커 다소 부담스럽다면 소형 굴절망원경도 나쁘지는 않다. 요즘은 경위대식 가대임에도 대상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추적도 해 주며, 소형 굴절 망원경을 달고 나와 휴대가 간편한 망원경이 많다. 전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상을 찾기도 편하며, 경위대식 가대이기 때문에 저가의 적도의식 가대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이런 망원경의 예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별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능과 추적기능을 갖춘 망원경이 있다. 셀레스트론에서 나온 90GT라는 모델인데, 천체관측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코동이라고도 불리는 망원경이다. 지금은 단종된 것으로 알고있는데, 출시 당시 가성비가 우수한 망원경으로 꾀 인기를 끌었다. 추적장치가 있고, 경위대식 가대여서 설치가 간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경통이 소형인 굴절망원경으로, 뛰어난 관측 성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비록 이 모델은 단종되었지만, 현재 이와 유사한 형태의 망원경이 많이 출시되었다. 100만원 수준의 망원경인데 꽤 성능이 좋다.
3.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 2 - 천체 사진 촬영을 한다면
필자도 전문적 수준의 장비를 이용해 사진 촬영을 해 보았고, 개인 장비로도 해 보았다. 한번 해 보면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분야이기도 한데, 없는 시간 짜내가며 노력은 해 보았으나 알면 알 수록 객관적으로도 터무니 없이 실력이 부족하다는것을 느낀다(동호회에만 가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멋진 사진들이 많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천체사진 촬영은 공부할 것도 많고 필요한 장비도 많으며,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필수 장비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정밀하게 대상을 추적할 수 있고 탑재중량이 높은 우수한 적도의식 가대
2) 경통으로 굴절망원경을 선택한다면, 색수차와 같은 광학적 수차를 잘 억제할 수 있는 성능이 우수한 굴절망원경이나
3) 반사망원경을 선택한다면, 빛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정교하게 잘 깎인 반사 망원경
4) 추운 날에도 오랜시간 촬영에도 버틸 수 있는 배터리
5) DSLR 카메라나 천체사진 촬영용 CCD(또는 CMOS)
여기서 사실 경통은 촬영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넓은 시야를 촬영할 것인지, 행성을 촬영할 것인지, 딥스카이 대상을 최대한 확대하여 촬영할 것인지 등등에 따라 초점거리가 긴 아이, 또는 짧은 아이등을 선택해야 한다.
위에 나열한 장비들이 최소한의 장비들인데, 저정도의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촬영을 시작하여 아래와 같은 사진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위에 나열된 장비만으로 위와 같은 사진을 못찍는 것은 아니나, 말 그대로 경험과 노하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야 한다. 실력없는 사람이 장비탓 한다는 소리로 들릴수도 있겠지만, 솔찍히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투자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위에 나열한 장비 말고도 꼭 있어야 하는 장비들, 예를들어 가이드 경통, 가이드 CCD, 열선밴드 등등을 일일이 나열할 생각은 없다. 이번 포스팅은 말 그대로 망원경을 처음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포스팅이기 때문에...
천체사진 촬영은 어느 한 순간 모든 장비를 한꺼번에 다 사고 바로 촬영을 시작하려하는 욕심을 버리는것이 좋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충분히 공부를 하고 주어진 장비로 촬영을 하면서 필요하면 하나씩 구입하는 방식의 긴 호읍으로 접근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4. 이동 방법에 대한 고민
만약 본인이 주변이 탁 트였고, 빛공해가 없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면 이동 방법은 중요하지가 않다. 또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시야가 좋아 베란다에서만 관측하겠다고 확신한다면 이 경우에도 이동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하지만 베란다에서만 관측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별보는 사람들은 주변 건물들에 막히고, 빛공해가 심한곳에 살고 있어 차를 가지고 빛공해가 없고 주변이 탁 트인 교외지로 이동한다. 특히 별 보는 것은 밤에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더군다나 부피도, 무게도 엄청난 망원경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차량은 필수이다.
만약 본인의 차가 경차라면, 비교적 휴대가 간편하고 작은 장비가 좋다. 작다고 저렴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휴대의 편의성도 진지하게 따지는 것이 좋다. 어떤 경통은 엄청 작은데도 200만원이 넘는 것도 있고, 요즘 출시되는 가대는 작고 견고하면서도 휴대가 간편한 것도 많다. 솔찍히 크고 무거운 녀석들이 대체로 성능이 좋기도 한건 맞기는 한데, 몇번 들고다니다 보면 알겠지만, 정말 힘들다. 그래서 휴대성이나 이동 방법 등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5. 그 밖에 고민해야하는 것들
이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1) 예산
당연하겠지만, 자신의 호주머니 사정을 알아야 한다. 만약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서 좋은 장비를 사려 한다면, 한꺼번에 다 사려 하지말고, 부품 하나씩 사 모으는 것도 전략이다. 이 경우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망원경 없이 동호회나 시민 천문대 등을 방문하며 경험을 쌓아 자신에게 꼭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2) 관측할 수 있는 환경
천체관측은 밤에 이루어지는 활동이면서도 날씨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 평일이 아닌 주말에만 관측할 수 있다면 평범한 직장인일 경우 아마 한달에 몇번 못 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관측지 까지 얼마나 이동해야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3) 구입 업체
어디서 구입할지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천체 망원경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아마추어 천문활동도 하고 있는 업체를 알아보고 구입하는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당연하지만 충분히 전문적인 상담도, 구입 후 교육도, A/S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꼭 광학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천문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업체에서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에 지인이 있거나 동호회 등에서 알아보면 된다.
4) 망원경의 스펙
망원경도 다른 전자제품 처럼 스펙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 전 충분히 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들어 f/수, 구경, 한계등급, 분해능, 탑재중량 등등이 그렇다. 이런걸 모르고 그냥 사버리면..... 음..... 그냥 배율이 높은것이 좋은 것으로 잘못 알고 사기 십상이다.
6. 필자의 사례
필자의 경우 약 10년전 쯤 셀레스트론 CGEM 적도의식 가대와 9.2in 슈미트-카세그레인 복합광학계(SCT) 가대를 중심으로한 세트를 약 500만원이 넘는 가격이 구입하였고, 이후 기타 부품을 조금씩 사 모았다. 지금도 잘 쓰고 있다. 특강이 있을 때 망원경을 들고가 요긴하게 쓰기도 하고, 가끔 간단한 수준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안시관측도 하고, 캠핑 갈 때 가지고 나가서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기도 한다. 훨씬 더 좋은 굴절 망원경과 천체사진용 CCD, 최신의 적도의식 가대 등을 사고 싶은 욕심이야 있지만, 돈도 없고(ㅠㅠ) 촬영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렇다고 지금 별 보는 활동이 전혀 불만족스럼지 않다. 안시 관측 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천체를 즐기고 있고, 가끔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직까지 멀쩡하게 잘 작동하고 있는 망원경과, 그리고 망원경이 잘 굴러가도록 유지 보수를 해 주고 있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업체 사장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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