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편각과 복각의 기본 개념에 대하여 서술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구 자기극은 쌍극 자기장 모형을 따르지 않습니다. 쌍극 자기장 모형을 따른다면, 자기 북극과 자기 남극은 정확히 180도 반대편에 놓여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자기북극과 자기 남극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움직입니다. 이는 지난번에도 이야기 한 것 처럼 다이너모 이론이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위 그림처럼 자기극의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편각과 복각은 같은 지역에서도 시시각각 조금씩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편각과 복각을 연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옛날 이 땅덩어리가 어디에 있었고,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를 찾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예를들어 위도 40도 지역에서 5억년전에 만들어진 암석이 발견되었고, 이 암석에서 측정한 복각이 0도라면, 이 암석은 만들어 졌을 당시에는 자기 적도, 즉 적도 주변에 위치한 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자기 극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자기극이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면, 위와 같이 해석해도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하지만 실제 자기극은 가만히 있질 않고 계속 움직입니다. 때문에 만약 이 암석이 만들어진 뒤 지층 자체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자기극이 움직여서 복각이 변화한 것이라 해도 틀린 해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자기극에 대비하여 고지자기 복각이나 편각을 이용해 과거 지층의 위치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나 하는게 문제가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GAD 가설(geocentric axial dipole hypothesi )입니다. 우리말로는 지구중심 축상 쌍극자설이라고도 하는데, 아마 다소 생소한 용어라고 생각됩니다. 아래 그림을 통해 GAD 가설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그림은 서로 다른 3명의 지질학자가 연구한 고지자기 극의 이동 경로입니다. 그림을 보시면 알 수 있듯, 이동 경로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질학적 시간은 수십억년으로 굉장히 긴데, 고지자기극이 이동하는 시간척도는 지질학적 시간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이것이 무슨말이냐 하면, 지질학적 시간단위로 보았을 때 고지자기 극의 이동은 오히려 오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소리입니다. 때문에, 고지자기 연구에서는 움직이는 자기극을 사용하지 않고, 수천 수만년 수준에서 고지자기 극의 위치를 통계적으로 평균하여 사용합니다. 그리고 고지기극의 위치를 평균하면 놀랍게도 지구의 자전축과 거의 일치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GAD 가설이라는 것입니다.
GAD 가설이라는 것을 요약하면
수천, 수만년 단위의 자기극의 위치를 평균하면, 지구 자전축과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자기축과 자전축은 거의 일치한다고 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과정에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지만, 지구과학 1과 2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고지자기 문제는 모두 GAD 가설을 염두해두고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지자기극의 위치는 변하지 않고 자전축에 일치한다는 가정을 두고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과서나 전공 서적에서 많이들 사례로 드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위 그림입니다. 위 그림에서 우리는 두가지 사실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 고지자기극은 이동할 수 없다.
- 자기극은 2개일 수 없다.
위 그림은 이 두가지 사실을 모두 위배합니다, 첫 번째로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측정한 자기극이 두개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말이 안됩니다. 이는 두 대륙을 붙여버림으로써 간단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통 여기까지만 언급을 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도 반드시 언급을 해야합니다. 고지자기극은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고지자기극 연구를 할 때는 GAD 가설을 전제로 한다 하였습니다. 때문에 고지자기극은 고정되어 있어야 하며 그림처럼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고지자기극은 움직일 수 없으니 반드시 대륙이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정도 내용을 알아두면 편각이나 복각을 활용한 고지자기극을 해석하는 기초적인 내용을 습득한 것입니다. 다음번 포스팅에서는 암석이 편각이나 복각과 같은 특징을 가질 수 있는 암석의 자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 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맨 마지막에 학생들을 괴롭게 하는 모의고사나 수능에서 많이 출제되는 고지자기 관련 문제에 대한 풀이도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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