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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망원경

카메라의 원리 5 - 조리개

by 0대갈장군0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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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CCD와 CMOS에 이어, 이번에는 조리개에 대한 글을 이어나가보고자 한다.

 

지난 글도 그렇듯, 조리개 역시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굉장히 어렵다. 가급적 간단하게만 알아보고자 한다.

 

조리개는 영어 명칭으로는 aperture라고 한다. aperture는 사전적 의미로는 구멍이라는 뜻이고, 망원경이나 렌즈와 같은 광학장치에서는 렌즈의 구경, 다시말해 지름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의 aperture와는 다소 의미에 차이는 있지만, 조리개란 렌즈의 후면에서 구멍의 크기에 변화를 주어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양을 조절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카메라 렌즈의 구조(출처 : https://medium.com/photography-secrets/lenses-e033d2f77548)>

일반적으로 망원경에서 구경이라 함은, 별빛이 들어오는 가장 전면부 렌즈의 지름을 의미한다. DSLR이나 미러리스 렌즈의 가장 전면부 렌즈역시 마찬가지로 크기가 정해져있다. 예를들어 캐논 24-70 f/2.8 IS II 의 경우 82mm이다. 이 크기는 물리적으로 절대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위 그림을 보면 영어로 Aperture라고 쓰여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저 부분의 크기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함으로써 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위 그림의 aperture라고 쓰여있는 곳의 부품을 우리가 흔히 부르는 조리개라고 하는 것이다.

  DSLR이나 미러리스(여기서부터는 DSLR로 통일하겠습니다)렌즈의 전면을 잘 들여다 보면, 조리개 값(f/수)에 따라 크기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조리개 값(f/수)과 렌즈 구멍의 크기 변화(출처 : 위키피디아)>

조리개 값(f/수, 이에 대한 정확한 명칭은 후술)이 작을수록 렌즈 구멍이 커지고, 클수록 렌즈 구멍이 작아진다. 저런 방식으로 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할 뿐 아니라 여러가지 재미있는 광학적 현상을 유발하기도 하고, 이를 이용해 촬영자는 본인이 원하는 촬영을 하게 된다.

 

보통 f수(여기서 부터 조리개 값을 f수로 하겠습니다)가 작을수록 피사계심도가 얕다. 흔히 말하는 아웃포커싱이 잘된 사진이다. f수가 클수록 피사계심도가 깊다. 어딜봐도 초점이 모두 잘 맞은 사진이 나온다. 여기서 피사계심도란, 한 장의 사진에서 초점이 맞은것처럼 보이는 영역의 넓이이다. 보통 초점은 거리에 의해 결정되는만큼, 피사계 심도가 깊은 사진은 어느거리에서나 초점이 맞고, 피사계심도가 낮은 사진은 초점을 맞춘 대상 이외에는 모두 초점이 맞지 않아 뿌옇게 보인다. (피사계 심도의 원리는 후술)

 

그럼 저 숫자는 뭘 의미하는걸까?

  1. f/수(조리개 값)의 정확한 의미

사진을 찍으며, f/수(f/number)에 대하여 보통 이런말을 많이 한다. "조리개 얼마로 놓고 찍었어?" "조리개 값 얼마야?"

 

틀린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조리개에 붙어있는 저 수치는 망원경에서도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f/수라는 것이다. 여기서 "f/"는 단순히 표기 약속이다. 

 

f/수란, 광학장치의 초점거리와 구경의 비로 나타낸다. 즉

$$f/n=\frac{f}{D}$$

이다. 여기서 f = 초점거리, D = 구경(지름)을 의미한다.

 

구경이 클 수록, 다시말해 렌즈가 클 수록 많은 빛이 들어올 수 있다. 이는 큰 렌즈일수록 빛이 많이 들어와 밝다는 소리다. f/수는 개념상, 구경이 클 수록 수치가 작아진다. 다시말해 f/수가 작을수록 밝은 렌즈라는 소리다. 

 

렌즈가 밝아지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1) 구경을 크게 한다.

2) 초점거리를 짧게한다.

 

구경을 크게 하면서 초점거리를 짧게 하면 금상첨화인데, 렌즈를 깍는 기술적 측면에서 이렇게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렌즈가 크고 초점거리가 짧아질수록 각종 수차가 심해지고, 이를 보정해줘야 한다.(더 많은 렌즈가 필요하단 소리고, 엄청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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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수의 숫자가 가지는 의미

  렌즈에 있는 f/1.4, f/2.8 등의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 다시 DSLR의 렌즈로 돌아가서, 줌 기능이 없는, 다시말해 줌렌즈가 아닌 단렌즈는 f/수에 변화를 줘 조리개를 크게하거나 작게하는 방법으로 구경을 바꿀 수 있지만 초점거리는 바뀌지 않는다. 단렌즈는 초점거리가 일정한 렌즈이기 때문이다. 1.4니 2.8이니 하는건, f/수의 개념을 생각해 봤을 때 렌즈의 절대적인 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f/수는 어디까지나 초점거리와 구경의 비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 단렌즈의 초점거리는 정해져있고, 바꿀수 없다. 다시말해 f/수가 작아질 수록 필연적으로 조리개 구멍이 커진다는 소리이다. 예를들어 초점거리가 50mm인 단렌즈가 있다고 하자. f/1이라면 구경(지름)은 50mm가 된다. f/1.4라면 구경(지름)은 약 35.7mm가 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저 숫자들이 뭘 의미하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 

 

이제 50mm와 35.7mm의 절반을 제곱해보자. 다시말해서 조리개 구멍의 면적을 계산해보자.(두 면적을 비교하는것이니 3.14는 곱하지 않겠다) 그럼 지름이 50mm인 경우 면적은 $$625mm^2$$이 되고, 35.7mm의 경우 면적은 약 $$318.6mm^2$$이 된다. 예로 들기 위해서 소수점 계산 등을 대충하였지만, f/1.4는 f/1보다 조리개 구멍의 면적이 거의 2배 작아진다. 소수점 계산을 정확히 하면 거의 정확하게 2배가 나온다. 즉 f/1은 f/1.4보다 면적이 2배 더 큰것이고, f/1.4는 f/1.8보다 2배.......  계속 조리개 구멍의 면적이 2배씩 감소하도록 숫자가 설계되어있는 것이다.

 

문제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초점거리를 1이라고 가정하자.(어짜피 f/수는 비 만을 따지는 개념이니까 상관없다.) 그리고 숫자가 커질수록 면적이 2배가 감소한다. 다시말해, 들어오는 빛의 양이 2배씩 감소한다.

그럼 f/1의 경우 구경은 1이되고 이때 렌즈의 면적은 1(파이는 생략)이 된다.

이제부터 면적이 2배씩 감소해야한다. f/1의 면적이 1이었으니까. 다음 f/n수의 면적은 1/2이 되야한다. 다시말해, 구경은 $$\frac{1}{\sqrt{2}}$$이어야 한다. 그럼 f/수는 $$\frac{1}{\frac{1}{\sqrt{2}}}=\sqrt{2}=1.4$$

가된다.

 

면적이 2배씩 감소하니 그 다음 면적은 처음의 1/4배 감소, 즉 4에 제곱근을 씌워 f/수는 2가 된다. 그 다음 면적은 1/8배 감소, 즉 8의 제곱근을 씌운 값인 2.8이 된다. 그 다음은 또 2배인 1/16이므로, f/수는 4가 된다. 이 규칙을 표로 정리하면

면적변화 f/수
1 1
1/2 1.4
1/4 2
1/8 2.8
1/16 4
1/32 5.6
1/64 8
.....(무한) .....(무한)

결국 면적이 2배씩 감소한다. 규칙성을 자세히 보면 감소한 상대적 면적변화율의 분모에 대한 제곱근의 값이 조리개 숫자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f/수가 커질수록 조리개 구멍의 면적은 2배씩 감소한다는 소리다.

 

1, 1.4, 2, 2.8, 4, 5.6, 8... 등으로 커지는 것이 클래식한 조리개 숫자 변화패턴이다. 요즘 나오는 DSLR은 이 값의 중간중간에 새로운 숫자를 집어 넣었다. 예를들어 2.8과 4 사이에 3.2를 넣었다는 소리이다. 이때 2.8과 3.2 의 면적은 당연히 2배가 아니다. 그러니까 조리개의 면적을 좀더 디테일하게 변화시킬수 있도록 한 셈이다.

  3. 줌렌즈에서 가변 조리개와 고정 조리개

  캐논 18-55mm와 같이 비교적 값이 저렴한 번들줌렌즈들의 특징은 가변조리개 형태를 띈다. 초점거리가 길어질수록, 다시말해 줌을 땡길수록 조리개 숫자가 올라간다. 물리적 렌즈의 크기를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이게 당연한것이다. 그런데 캐논렌즈 기준으로 L렌즈들은 줌렌즈의 경우 초점거리가 길어짐에도 f수가 커지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는건 구경이 같이 증가한다는 소리이다. 실제 물리적 렌즈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광학적 기능이 더 들어간다는 소리이다. 당연히 내부에 이런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더 많은 렌즈군과 기술이 집약되게 되고 값이 엄청나게 비싸진다.

  4. 피사계심도 변화의 원리

앞서 피사계심도는 초점이 맞은것 처럼 보이는 영역을 의미한다 하였다. f/수가 작을수록 피사계심도가 얕아진다. 즉, 아웃포커싱이 잘된다. 그리고 f/수가 클 수록 피사계심도가 깊어지고, 어느곳을 보아도 초점이 맞은것 처럼 보인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조리개가 넓으면 다양한 방향의 빛이 모두 들어온다. 조리개가 좁으면 한정된 방향의 빛만 들어오게 된다. 

 

 

 

<조리개가 넓은 경우(좌)와 조리개가 좁은 경우(우)의 개념도>

  조리개가 넓은 경우(f/수가 작은 경우) 피사체 2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피사체2의 한 점에서 오는 빛은 대부분 초점에 들어오게 된다. 피사체 1의 한점에서 출발한 빛은 렌즈를 통과한 후 대부분 초점을 벗어나고, 광축 근처로 들어오는 빛만 초점에 도달한다. 광축을 벗어나서, 다시말해 초점을 벗어나서 들어오는 빛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피사체 1은 흐리게 보인다.

  조리개가 좁은 경우(f/수가 큰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피사체 2의 어느 점에서 출발한 빛은 당연히 초점에 들어오고, 피사체 1의 한 점에서 출발한 빛들은 조리개가 좁으니 아무 방향으로 출발한 빛이나 다 조리개를 통과하지 못한다. 위 그림을 예로들면, 왼쪽 그림에서는 초점에서 많이 어긋난 빛이 조리개를 통과했지만, 오른쪽 그림에서는 통과하지 못했다. 광축 근처로 들어온 빛, 다시말해 초점 부근으로 들어오는 빛만 조리개를 통과할 수 있게된다. 이런 이유로 f수가 작으면 피사계 심도가 얕아진다. 다시말해 아웃포커싱이 잘 된다. 반대로 f수가 크면 피사계심도가 깊어지고 아웃포커싱은 잘 되지 않는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피사계심도는 단순히 f/수에만 영향을 받는것이 아니고, 여러가지 요인(예를들어 센서의 크기, 피사체와의 거리 등)에 의해 영향을 받으나 보통 촬영을 할 때 카메라를 바꿔가며 촬영을 하거나 대상을 바꿔가며 피사계심도 실험을 하는 경우(이건 완전 잘못된 실험)는 없기 때문에, f/수의 변화에 의한 피사계 심도 변화만 생각하였다.

 

  5. 조리개 활용하기

조리개의 f/수에 따라 아웃포커싱의 정도가 결정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좋은 자료들이 많다. 궂이 필자가 이를 테스트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하지만, 포스팅의 품질을 위하여....ㅠㅠ

 

촬영 정보는 아래와 같다

Canon 5D mark4 / 24-70mm F/2.8 IS II / Av mode

 

 

<조리개 값에 따른 아웃포커싱의 변화>

초점은 가운데 검정색 인형에 맞추었다. 적정 노출을 유지한 채로, F/수에 변화를 주었을 때, 수치가 증가할 수록 초점 이외의 영역도 초점이 맞아감을 알 수 있다.  

 

셔터스피드와 ISO를 고정시킨 채 조리개를 조여가면 구멍의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당연히 사진은 어두워진다.

Canon 5D mark4 / 24-70mm F/2.8 IS II / M mode

 

<조리개 값에 따른 밝기의 변화>

조리개의 구멍이 작을수록 빛의 회절이 잘 일어난다. 이는 야경을 촬영하였을 때, 인공광원에서 빛 갈라짐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구멍이 작을수록 회절이 잘 나타나는 만큼, 높은 조리개 수치(F/수)로 촬영하였을 때 빛 갈라짐이 잘 보인다.

Canon 5D mark4 / 24-70mm F/2.8 IS II / Av mode

<F/2.8, F/5.6, F/8, F/11에서의 빛 갈라짐 차이>

위 그림은 F/2.8, F/5.6, F/8, F/11에서의 빛 갈라짐 정도이다. 조리개 수치가 높을수록 빛 갈라짐이 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야경을 촬영할 때 이같은 효과를 이용하면 더욱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빛 갈라짐을 극도로 높이겠다는 욕심으로 F/수를 지나치게 높이면 셔터스피드가 길어지거나 ISO를 높여야 한다. 또한, F/수가 너무 높으면 사진의 품질, 다시말해 해상력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그리고 개인차가 있겠지만, 지나친 빛갈라짐은 오히려 좋아 보이지 않는다. 

  5. 마치며...

 사실 위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은 좋은 사진 촬영에 하등의 쓸모가 없는 지식이다. 다만 궂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사진과 과학교과를 융합하여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함이며, 사진의 원리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하는 생각 등등이다.

 

  좋은 사진은 과학적 기술, 카메라의 성능, 우수한 렌즈 등에서 나오기 보다는 촬영자의 경험, 철학, 감정 등에서 나온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절대적으로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남기는것은 않는다. 좋은 사진과 카메라 및 렌즈의 성능이 비례하는건 아니라는 소리다. 어리석은 필자는 비싼 카메라를 산 뒤에야 이를 깨달았다. 비싼 카메라는 촬영의 편리함을 높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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