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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지구과학/해양

동해의 냉수대 - 여름에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신기한 현상

by 0대갈장군0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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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에서 8월 사이에 동해 연안 표층 바다 수온이 갑자기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바닷물이 너무 차가우니 들어가지 말라는 주의보도 가끔 발령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차가워지는 바닷물을 냉수대라고 합니다.

 

냉수대 현상은 표층 해수온이 평년에 비해 3~5도 이상 낮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표층 해수온을 측정하여 평소와의 기온편차가 어떻게 되는지를 통해 냉수대 발령을 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국립 수산 과학원에서 냉수대를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1. 원인

  사실 냉수대는 그리 어려운 현상은 아닙니다. 이미 지구과학 I을 배운 학생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바로 연안 용승이 주된 원인입니다.

 

  5월~8월 동해에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남풍이 불면, 전향력에 의한 에크만 수송에 의해 표층 해수가 먼 바다로 빠져나갑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미 다루었지만, 바람이 불면 해수는 바람 방향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바람 방향의 오른쪽 직각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죠.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해수의 용승과 침강(태풍에 의한 표층 해수 높이 변화와 함께)

지난 포스팅에서 전향력과 에크만 수송에 대한 내용을 논하였다. 1. 전향력 전향력 최대한 쉽게 이해하기 전향력과 관련된 내용은 인터넷을 뒤지면 수도없이 나온다. 이에 전향력에 관한 글은

kalchi09.tistory.com

동해는 서쪽에 대륙, 동쪽에 바다가 있으니 남풍이 불면 풍향의 오른쪽 직각 방향으로 에크만 수송이 일어나고, 이로인해 연안의 표층수가 동쩍 먼 바다로 빠져나갑니다. 때문에 빠져나간 표층수를 보충하기 위해 심층의 차가운 바닷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면서 표층 해수가 차가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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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관측

연안 용승의 관측은 심층수가 표층으로 상승하는 것을 직접 관측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해당 지역 바다에 용승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표층 해수의 수온이 낮아지는 것을 통해 관측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국립 수산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로, 2017년 7월 8일 동해의 연안 전반에 걸쳐 해수온이 5도씨 정도로 감소한 것이 잘 관측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용승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산의 표층 해수온 변화(출처 :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의 용승이 남풍으로 인해 활성화 된다는 것을 연구한 다른 논문도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동해 남부 연안용승지수의 변화(신창웅, 2019)'의 논문의 일부에서 발췌한 그림입니다. 

<1월(Jan)과 7월(Jul)의 우리나라 주변 평균 바람장(출처 : 동해 남부 연안용승지수의 변화(신창웅, 2019)>

위 그림은 1948년에서 2018년 사이 1월(Jan)과 7월(Jul) 우리나라 주변 평균 바람장입니다. 1월에는 뚜렷한 북서풍이, 7월에는 뚜렷한 남풍이 불고 있는 것이 확연히 보입니다. 바람장이 위와 같으니 이론상 7월에 용승이 가장 활발해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산 앞바다에서 측정한 용승지수(출처 : 동해 남부 연안용승지수의 변화(신창웅, 2019)>

위 그림은 같은 논문에서 발췌한 내용인데, 월별 용승지수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용승지수가 (+)로 큰 값일 수록 용승이 활발함을, (-)로 큰 값일 수록 침강이 활발하다 해석하면 됩니다. 위 그림에서 용승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7월로, 한반도 전역에서 남풍이 뚜렷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용승지수가 양수로, 유의미한 용승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건 4월부터 시작해서 8월까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냉수대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와 조사를 비롯, 냉수대를 예측하고 일반에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동해 앞바다의 용승이 언제 발생하는지, 언제 차가워질지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황 예측정보(시험운영)

※ 수온편차 = [예측영역 수온] - [기준영역(35°N∼35.5°N / 130°E∼131°E)의 공간평균 예측수온]

www.nifs.go.kr

  3. 영향

내륙에 사는 경우 냉수대의 영향을 크게 모르고 살 수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예를들어 여름 피서철에 동해에 냉수대가 나타나면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 해수욕 입수에 주의를 해야합니다.

 

사실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냉수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용승이 발생하면 영양염류가 표층으로 올라와 플랑크톤이 많아지고 좋은 어장이 형성된다고, 페루/칠레 앞바다에서 발생하는 용승을 설명하면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바다의 경우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동해의 여름철에는 따뜻한 난류가 올라오며, 난류성 물고기들이 많아집니다. 대표적인 어종이 오징어입니다. 오징어는 제주도 인근에서 1~3월즈음에 알을 낳고,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여름에 난류를 타고 동해까지 올라온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난류성 회귀어종이라 할 수 있는데, 갑자기 용승이 심해지면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적응하지 못하고 죽거나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 있습니다. 어획양이 급감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양식에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남풍이 강하여 용승이 활발하면, 난류성 어종들은 폐사할 수 있고, 난류성 어종이 아니더라도, 급격한 수온 변화에 스트레스를 겪으며 먹이 활동을 하지 않거나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질병에 취약해 질 수 있다 합니다.

 

그렇다고 냉수대가 마냥 좋지 않은건 아닙니다. 보통 여름에는 해수온이 높아지고,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양식장에는 폐사하는 물고기가 많아질 수 있는데, 냉수대가 나타나면 수온을 낮추면서 해양 생물들의 서식환경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4. 마치며

과유불급이라고, 동해의 냉수대는 반드시 필요한 면도 있지만, 너무 과해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기후변화에 의해 우리나라의 여름의 날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남풍이 부는 날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남풍이 부는 날이 많아지면 그만큼 냉수대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며, 이는 해양 생태계에 또 다른 변화를 줄 수 있을것입니다. 

 

학교에서 용승을 배운다면, 용승과 함께 냉수대에 관하여 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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